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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 도입, 글로벌 IT 기업의 반응과 각국의 입장

by 창용튜터 2025. 4. 26.

디지털 경제가 국가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면서 기존의 세금 체계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거대한 IT 기업들이 특정 국가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법인이 없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구조는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조세 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주목한 해법이 바로 디지털세(Digital Tax)다.

오늘은 디지털세의 개념과 필요성, 글로벌 IT 기업들의 반응, 주요국의 대응, 그리고 국제 협상의 쟁점과 전망을 살펴본다.

디지털세 도입, 글로벌 IT 기업의 반응과 각국의 입장
디지털세 도입, 글로벌 IT 기업의 반응과 각국의 입장

 

디지털세란 무엇인가 – 배경과 필요성

디지털세는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특정 국가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그 나라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세 제도다. 전통적인 법인세 체계에서는 물리적 사업장이 없으면 과세가 어렵지만, 디지털 경제에서는 실제 서비스와 소비는 국경을 넘나들며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안된 것이 사용자 기반의 과세 방식, 즉 디지털세다. 이 제도는 서비스가 소비되는 국가, 즉 사용자가 위치한 곳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과세 권한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이는 특히 광고, 콘텐츠,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서비스 등 디지털 비즈니스에 적용된다.

 

국제 사회는 201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세 논의에 착수했으며, 특히 비대면 경제가 급속히 확대된 팬데믹 이후 디지털세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반응 – 반발 혹은 수용?

디지털세가 실제로 도입되자, 많은 다국적 플랫폼 기업들은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디지털세를 중복 과세의 가능성, 무역 분쟁의 촉진 요인, 혁신에 대한 위협 등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디지털세 도입 이후 특정 국가에서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거나 수수료 구조를 변경하여, 그 부담을 사용자나 광고주 등 제3자에게 전가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들은 정부를 상대로 강한 로비를 펼치거나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편, 몇몇 플랫폼 기업들은 디지털세가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국제적인 조세 협력을 통해 통일된 과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각국이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경우 이중과세 및 행정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각국의 입장 – 단독 도입과 국제 협력 사이

디지털세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이를 크게 적극 도입국, 신중론 국가, 반대 혹은 우려 국가로 구분해볼 수 있다.

 

▪ 적극 도입국

유럽 주요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은 글로벌 IT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도입하여, 일정 매출 이상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자국 내 수익을 기준으로 일정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단독 조치는 조세 정의 실현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국제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기준은 무역 마찰이나 중복 과세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 신중론 국가

일부 국가는 디지털세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단독 도입보다는 국제 공조를 통한 도입을 선호한다. 이들 국가는 자국 기업의 피해 가능성이나 외교적 갈등, 무역 보복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국제기구를 통한 조율을 선호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와 같은 국가는 OECD 등 다자간 협의체에서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면서도 국내 법제화에는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 반대 및 우려 국가

일부 국가는 자국 기업들이 디지털세의 주요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세가 자국 기업에 불공정한 부담을 지운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디지털세를 도입한 국가에 보복관세를 검토하거나 실행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디지털세는 조세 정의를 위한 제도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간 경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OECD의 글로벌 협상 – ‘필라 1’과 ‘필라 2’의 쟁점

국제 조세 체계의 개편을 이끌고 있는 OECD는 디지털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프레임워크로 ‘필라 1(Pillar One)’‘필라 2(Pillar Two)’를 제시하고 있다.

 

필라 1은 시장국 중심 과세권을 일부 재배분하는 내용이다. 기존과 달리, 실질적인 이용자 기반이 존재하는 국가에도 이익의 일부에 대한 과세 권한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필라 2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설정하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다국적 기업은 어디에서 사업하든 최소한의 세율(현재 기준 15%)을 적용받도록 하여 조세 회피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2021년, 130개국 이상이 해당 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법제화와 시행을 둘러싼 각국의 속도 차와 정치적 갈등으로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일부 국가는 OECD의 합의안이 시행되면 자국의 디지털세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철회 시기와 조건을 두고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향후 전망 – 과세 정의와 기술 혁신의 균형 찾기

디지털세의 도입은 단순히 세수 확보를 위한 조치가 아니다. 이는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와 그에 따른 세법의 불일치를 해소하려는 시도이며, 나아가 공정한 조세 정의와 기술 혁신의 조화를 도모하는 중요한 흐름이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디지털세는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외교,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향후 전망을 살펴볼 수 있다.

 

▪ 기술 진보가 만들어낼 과세의 사각지대

AI, 블록체인,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디지털 자산 등 신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기존의 과세 체계는 더욱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상에서 판매된 디지털 아이템이나 NFT의 거래, AI 생성물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수익 등은 전통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정의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수익을 계산하고 과세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디지털 자산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동하고, 물리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규제나 세법이 제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다. 디지털세는 단순히 광고 수익이나 전자상거래 매출을 넘어, 이와 같은 미래 기술 기반의 경제 활동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 국제 협력과 단일 기준의 필요성

현실적으로 각국이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기업은 중복 과세의 리스크, 각기 다른 보고 기준, 복잡한 행정 절차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기업의 비용 증가와 글로벌 비즈니스 위축으로 이어지며, 디지털세 본래의 목적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에서 OECD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국제적 협력 체계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디지털세의 ‘글로벌 표준화’가 가능해질 경우, 각국은 자국의 과세 권한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세제 환경을 마련할 수 있고, 기업 역시 보다 효율적인 세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치적 난제도 존재한다. 국가마다 디지털세에 대한 기대 수익과 경제적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단일안 도출은 여전히 쉽지 않으며, 일부 국가는 자국 기업 보호를 이유로 협상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있다.

 

▪ 기업의 전략적 대응과 사회적 책임 논쟁

디지털세가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IT 기업들은 자체적인 세무 전략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조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 법인을 이전하거나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 등 다양한 시도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방어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공정 과세에 대한 윤리적 시선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세 회피를 위한 과도한 전략은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세를 일종의 ‘규제’가 아닌 ‘정당한 사회적 기여’로 수용하는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투명한 세무 공개와 공정 과세를 수용하는 흐름이 확산된다면, 디지털세는 갈등이 아닌 상생의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 기술 혁신과 세금제도의 상호작용

흥미롭게도, 디지털세의 도입은 역설적으로 기술 혁신을 촉진하거나 새로운 회계·세무 기술의 발전을 유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복잡한 국제 거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과세 기준을 자동화할 수 있는 AI 회계 솔루션이나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한 거래 추적 시스템이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기술과 조세는 대립이 아닌 협력의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으며, 디지털세는 국가, 기업, 기술 산업 전반의 상호작용을 더욱 복합적으로 엮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결론적으로, 균형이 핵심이다

앞으로 디지털세는 단기적인 과세 문제를 넘어서 글로벌 공정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열쇠로 작용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균형(Balance)이다.

 

- 국가 간의 이익 균형

- 조세 정의와 기업 부담의 균형

- 기술 혁신과 규제의 균형

 

이 균형을 어떻게 잘 맞추느냐에 따라, 디지털세는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고, 협력과 발전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국제 사회는 이제 단순한 과세 기준 마련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조세 철학을 정립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디지털세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는 조세 체계를 구축하려는 세계적인 흐름의 일환이다. 공정한 과세를 통한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국의 경제적 이해와 정치적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금 우리는 기술 발전과 조세 정의, 국가 간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디지털세의 향방은 앞으로의 글로벌 경제 질서를 규정지을 핵심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다.